10월 두 번째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어떻게 보셨나요? 다소 암울한 이야기에 조금은 힘겹게 읽으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 실격>은 마냥 부정적인 기운만 갖고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고 작가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알아갈수록 <인간 실격>이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지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 <인간 실격>에 대한 평가는 정말 다양하게 나뉩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다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작품에 대한 여러 해석과 제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던 다자이 오사무, 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인간 실격>의 줄거리를 다시 돌아보며, 함께 생각해 보시죠! |
|
|
작품은 액자식 구성으로, 오바 요조가 기록한 세 개의 수기가 메인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의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이 수기를 중심으로 간단히 줄거리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책을 읽어보셨다면 아마 줄거리를 살펴보며 다 기억 나실 거예요 😸 |
|
|
어린 시절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했습니다. 서문에서도 이 어린 시절 요조를 보고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괴상한 표정의 소년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할 정도로 요조는 무언가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몸이 약해서 병치레도 자주 했으며, 행복의 감정을 느끼지도 못했고,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서 특별히 부족한 것 없이 지냈지만, 인간에 대한 공포로부터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막을 방법은 없었죠.
이렇게 괴로움만을 항상 지니며 살아가던 요조는 이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낼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그건 바로 익살이었습니다. 그는 화를 내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끔찍한 동물의 본성을 보았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고 웃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요조는 매번 익살꾼을 자처했고, 이 방법으로 조금이나마 불안감과 괴로움을 덜어냈습니다. 이는 그만의 생존 방법이었고, 나름 괜찮은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 잘 통하곤 했습니다. |
|
|
오바 요조는 확실히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익살꾼 행세를 하는 방법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조금 덜어낼 수는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는 인간에 대한 불안감을 온전히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익살꾼은 그가 쓰고 있는 가면일 뿐이었고 그의 본심을 실제로 드러내고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죠. 중학교 시절 이 익살꾼의 가면을 다케이치에게 들키게 되었을 때, 그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낍니다. 심지어, 그가 이 가면을 벗기려는 때에는 다케이치가 죽기를 바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이후, 요조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 생활 시작했지만, 기숙사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고 곧장 폐결핵 진단서를 받아 별택에 나와서 생활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별택에서 자주 지내지 않으셨기에 이때부터 그는 점점 학교를 빼먹었고 학교에 대한 흥미도 잃어갑니다. 동시에, 그는 화방에서 호리키 마사오라는 미술 학도와 어울리며 술과 담배와 창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요조가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죠. 스스로를 음지의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이러한 음지의 사람 혹은 음지의 사람들에게 '다정한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
|
|
고뇌하는 <인간 실격> 영화 속 오바 요조의 모습 © 헤드라인뉴스 |
|
|
그의 부적절한 생활은 끝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갔고, 생활비가 줄어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생활에는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음지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그는 그와 비슷하게 음지에서 살아가는 쓰네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불행을 동감하던 이 둘은 어느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고, 쓰네코는 죽고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요조는 사실상 방에 감금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세에 처하고 말았죠. 그는 도망쳤고, 호리키의 집에 찾아갔다가 시즈코라는 여자를 만나 그녀와 그녀의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갑니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도 않고 시즈코에게 얹혀살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이 행복한 가정을 망치고 있는 것 같아 도망쳐 나옵니다. 그리고 교바시의 스탠드바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바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이 요조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술도 마시게 해주었는데, 이때 그는 아래와 같이 세상에 대한 적응 아닌 적응을 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응은 분명 아니었지만, 요조는 부적응자로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
|
|
저는 점차 세상을 조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이라는 곳이 그렇게 무서운 곳은 아니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즉 여태까지 저의 공포란, 봄바람에는 백일해를 일으키는 세균이 몇십만 마리, 목욕탕에는 눈을 멀게 하는 세균이 몇십만 마리, 이발소에는 대머리로 만드는 병균이 몇십만 마리, 전철 손잡이에는 옴벌레가 우글우글, 또 생선회, 덜 익힌 쇠고기와 돼지고기에는 촌충의 유충이나 디스토마나 뭔가의 알 따위가 틀림없이 숨어 있고, 또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에 작은 유리 파편이 박혀서 그게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눈알에 박혀서 실명하는 일도 있다는 등의 소위 ‘과학적 미신’에 겁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던 겁니다.
...(중략)...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는 역시 인간이라는 것이 여전히 무서워서 가게 손님들을 만나려면 술을 한 컵 벌컥 마시고 나서가 아니면 안 되었습니다.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 그래도 저는 매일 밤 가게에 나가서, 어린아이가 두려움을 느낄 때 손안의 작은 동물을 오히려 더 꽉 움켜쥐는 것처럼 가게 손님들에게 술에 취해 유치한 예술론을 펼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
|
|
점차 세상을 조심하지 않고 적응해 가던 요조는 어느날 요시코라는 여자 아이를 만났고, 그녀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에 반해 그는 요시코와 결혼합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죠. 호리키와 술을 마시던 무더운 여름날, 요조는 요시코가 한 상인에게 겁탈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
|
|
저는 어찔어찔 현기증이 나면서 이 또한 인간의 모습이야, 이 또한 인간의 모습이야, 놀랄 것 없어 등등을 거친 호흡과 함께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요시코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계단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습니다.
호리키가 커다랗게 기침 소리를 냈습니다. 저는 혼자 도망치듯 다시 옥상으로 뛰어 올라와 드러누워 비를 머금은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때 저를 엄습한 감정은 노여움도 아니고 혐오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엄청난 공포였습니다. 그것은 묘지의 유령 따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신사(神社)의 삼나무 숲에서 흰 옷을 입은 신령과 부딪쳤을 때 느낄지도 모를, 아무 소리도 안 나오게 만드는 고대의 거칠고 난폭한 공포였습니다. 저의 새치는 그날 밤부터 나기 시작하였으며 점점 더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게 되었고, 점점 더 인간을 한없이 의심하게 되었고, 이 세상에서 삶에 대한 일체의 기대, 기쁨, 공명 등에서 영원히 멀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실로 그것은 제 생애에 있어서 치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정면에서 정수리에 치명타를 입었고 그 뒤로 그 상처는 어떤 인간에게 접근하더라도 그때마다 쓰라린 것이었습니다.
|
|
|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순수한 신뢰의 천재라고 믿었던 요시코의 신뢰가 더렵혀졌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했던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오히려 요시코의 장점인 신뢰 때문에 겁탈을 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그는 점차 폐인이 되어갑니다. 매일 술을 먹었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죠. 이후 그는 더 끔찍한 세계로 빠져듭니다.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다 어느 약방 주인을 통해 모르핀을 접하게 되었고 이제는 모르핀에 중독되게 되었습니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그는 아버지께 편지를 보내 사정을 전부 고백했지만, 답이 오지 않자 그는 불안함에 시달렸고, 끝내 모르핀을 한꺼번에 주사하고는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요조는 호리키와 넙치, 요시코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
|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
|
요조는 폐인의 세계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듣고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졌고, 한 식모와 함께 작은 집에서 살게 됩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이미 최악인 상황이었죠. 이렇게 요조의 수기는 마무리됩니다. |
|
|
인간 실격을 보시며 다양한 생각들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읽으며 수기의 주인공 요조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가장 크게 들었는데요, 한편으로 본인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세상에 맞추려고 노력한 요조가 안타깝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러 해석을 찾아보니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의견이 대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을 조금 보태서 <인간 실격>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같이 한 번 살펴보실까요? |
|
|
사실 요조의 이야기는 그냥 사회 부적응자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했고 자신을 익살꾼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왔습니다. 학생 때는 학업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고 가족들의 걱정거리가 됩니다. 더 나아가서, 이미 학생 시절 술과 여자에 빠졌으며, 유부녀와 자살을 시도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합니다. 끝내 마약에까지 손을 대며 자신의 인생을 파멸의 길로 이끌기도 하죠. 물론, 그의 인생에 힘겨운 일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를 구원해 줄,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요조의 삶을 요조의 관점이 아닌, 가족과 친구들의 관점에서 보면 요조는 더욱 골칫덩이로 느껴집니다. 주변 사람들은 요조가 폐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는 해결하기 고뇌해야 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 도망치는 길만을 선택합니다. 생활비가 부족해서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시즈코의 가정을 자신이 망칠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요시코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그는 어디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해 볼 의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은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 모습을 보일 뿐이죠.
그래서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 자기 파멸적인 인물에 혐오감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평론에서는 자살률이 높은 사회에 이런 퇴폐적인 소설이 유행인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
|
|
요조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요조는 정말 인간으로서 자격도 없는 사람인 걸까요?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술과 여자, 나중에는 마약까지 손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요조가 왜 음지의 것들에 손을 대고 여기서 안정감을 찾았는지, 그리고 왜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고 생각했는지 파헤쳐 봐야 합니다. 요조는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던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려움 속에는 인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있습니다. |
|
|
단팥죽과 그 단팥죽을 기꺼워하는 호리키에 의해 저는 도시 사람들의 조촐한 본성, 또 안과 밖을 딱 부러지게 나누어서 살고 있는 도쿄 사람들의 실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
|
|
그건 속고 있기 때문이야. 이 아파트 사람들 전부가 나한테 호의를 갖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얼마나 모두를 무서워하는지.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 주면 좋아해 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만 하는, 이 불행한 제 기벽을 시게코한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
|
|
그는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들을 알고 있었고, 그 스스로는 오히려 순수했기에 인간을 두려워했던 것이죠. 위선과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에 요조는 순응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요조는 적어도 사회에서 정의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사람들과 섞이려고 노력했고, 끝내 완벽한 적응에는 실패하며 스스로 인간 사회에서 벗어나는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조는 정말 "인간 실격"일까요? 아니면 요조를 품지 못하고 위선과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 인간 사회가 "사회 실격"일까요? |
|
|
이달의 선정 도서 <인간 실격>은 어떻게 보셨나요?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아서 작품은 금방 읽으셨을 텐데요, 아마 작가의 의도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솔잎의 두 콘텐츠가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그리고 <인간 실격>을 통해 요조의 관점에서, 외부인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는 이번 달 마지막 콘텐츠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날씨가 점점 선선해지는 게 10월도 역시 독서하기 참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번 달도 여러분의 풍요로운 독서 생활을 위해 솔잎이 돕겠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