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에필로그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 :) 다시 찾아뵈어 반갑습니다. 다들 이달의 도서 '스토너'는 어떠셨나요? 그의 인생을 살펴보며 이미 무언가를 느낀 분들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조에 따라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느끼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스토너의 삶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꼭 무언가를 배우거나 느낄 필요는 없지만, 여러분이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시고 스토너의 매력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뉴스레터도 정성스럽게 준비했답니다. 옆에 책을 두시고 궁금증이 생기면 조금씩 찾아보며 찬찬히 읽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참고로,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완독 후 콘텐츠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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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의 다음 장을 결정하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모여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내죠. 아마 내가 주체인 내 삶에서는 어떤 상황 혹은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는지 알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스토너의 삶을 볼 때는 어떤 일들이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찾아볼 수 있어요. 함께 스토너 인생의 변곡점을 살펴보며 내 인생에는 어떤 변곡점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변곡점이 찾아올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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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의 만남 미주리 대학의 농대에 진학한 스토너는 2학년 때 아처 슬론 교수의 영문학 개론을 수강해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려고 몰두하다가 점차 관심을 두게 되고, 그 해 2학기에는 본격적으로 다른 영문학 강의도 수강하게 되죠. 그러다 4학년 때 아처 슬론 교수가 대학원 과정을 제안하고, 이때 스토너 인생은 영문학에 대한 탐구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로써 그는 부모님이 원하던 농대 진학을 포기하고, 처음으로 그의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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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미주리 대학교 농대 학생들의 모습. © College of Agreculture, Food & Natural Resoure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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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보스트윅과의 결혼
스토너가 박사 학위를 받고 제1차 세계 대전도 끝난 어느 날, 문리대 학장인 조시아 클레어몬트의 집에서 열린 리셉션에 참여해 이디스와 첫 만남을 갖게 됩니다. 이후 사랑에 빠진 스토너는 이디스의 이모의 집에서 찾아갔고 둘은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죠. 이디스는 시종일관 스토너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영양가 없는 대화가 이어졌지만, 이디스가 부모님과 대화하고 난 뒤 그들은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돼요. 우리 모두 알다시피 그녀와의 결혼으로 스토너는 또 한 번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로맥스와의 갈등
어느 날 찰스 워커라는 로맥스의 박사과정생이 스토너에게 이미 정원이 찬 세미나를 듣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스토너는 고민 끝에 그를 받아줍니다. 수업은 잘 진행이 되었지만, 워커는 본인의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고 스토너는 그에게 F 학점을 부여합니다. 이후 스토너는 워커의 예비 구두시험 위원회의 일원으로 그를 평가하게 되고 그의 기준대로 워커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나 결국 워커는 다음 학기 대학원에 돌아왔고, 그의 지도교수이자 차기 학과장인 로맥스는 앙심을 품고 스토너를 곤란하게 하기 시작해요. 로맥스와의 20년간의 갈등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죠.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사랑과 이별
세미나에서 만난 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이 스토너에게 의견을 구하기 위해 그의 연구실에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스토너는 처음에 캐서린의 논문에 매력을 느끼고 그녀를 돕고자 집에 찾아갔고, 점차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었죠. 그렇게 그들은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어요. 스토너는 그녀와 교제하며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뜨겁게 느끼고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순탄해 보였어요. 하지만, 스토너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로맥스는 그들의 연애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그렇게 스토너의 행복한 시간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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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의 인생에는 그 후의 삶을 바꾼 다른 여러 상황과 선택들이 존재해요. 많은 사건 중 그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길로 가게 만든 핵심적인 사건들만을 모아보았어요. 이렇게 스토너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인물도 한번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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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스토너의 인생의 변곡점을 살펴보았는데요, 그의 인생 대부분의 순간에 함께 하며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아내 이디스 보스트윅입니다. 따라서, 스토너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이디스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이디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셨을 것 같아요. 이디스는 매우 변덕적이며 스토너를 혐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가족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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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평범한 미국 여성들의 모습. © Pintere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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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파티를 열고 친구들을 부르다가 멈추기도 하고,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다가 갑자기 아이를 챙기며 스토너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스토너와는 거의 대화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디스는 대체 왜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요?
이디스는 형식에 집착하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학교와 가정에서는 항상 무언가 금지하는 방식의 교육을 받아왔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으며 스스로 결정한 것도 없었습니다. 이디스와 스토너와의 결혼 과정도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나요? 이디스는 에마 이모와의 유럽 여행을 기대해왔지만, 스토너의 구애를 거절하지 못했고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아무 저항 없이 결혼까지 이끌려갔어요. 이때 이디스는 결혼을 예정보다 빨리 진행하기를 원하는데, 아마 자신을 가두던 가정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스토너의 주체적인 모습과는 상반됩니다. 스토너는 이디스와 다르게 영문학 전공도, 입대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이디스와의 결혼도 모두 그의 의지대로 결정해왔었죠.
결혼한 뒤에는 이디스는 드디어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합니다. 스토너와의 관계도, 삶에 대한 환경도 모두 스스로 결정해요.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남편인 스토너가 고려되지 않았고 스토너에게는 상처를 남겼지만, 이디스에게는 아마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본인과 다른 삶을 살아온 스토너에게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어린 시절 억압 받으며 살아온 이디스가 딸 그레이스에게도 자신과 유사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그레이스에게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스토너와는 대화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본인이 어린 시절 배웠던 것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장식품처럼 자라기를 바랐어요. 일례로, 이디스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과 같이 이디스는 그레이스가 피아노 치는 것을 감시했어요. 그리고 어린 시절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이디스는 그레이스에게는 반대로 '인기'를 얻으라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후 그레이스는 혼전임신을 하며 바로 결혼하게 되는데, 이 결혼은 엄마 이디스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로 보이기도 해요. 이는 이디스와 아주 유사한 모습이죠. 이디스의 어머니부터 그레이스까지 이어진 가정교육이 대를 이어 영향을 주고 있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책의 아래 파트에서 가정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이디스와 그레이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다시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하게 이디스의 삶을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책의 pg.75 ~ 77, 327 ~333 파트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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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의 첫 번째 문단 (pg. 6 ~ 7)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엄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 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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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과 동시에 스토너의 일생은 이렇게 평가 받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도 못했던 평범한 대학 교수였어요. 그의 삶을 조금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스토너에 대해 이러한 말을 남깁니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스토너를 슬프고 불행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스토너의 삶을 돌아보면 그는 삶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며, 그리고 인내하며 꿋꿋이 본인의 길을 걸어갔어요. 우리가 보기엔 답답한 순간들도 있지만 이건 분명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어요. 그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은 스토너 자신이었던 것이죠.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놓치기도 하고 삶에 대해 허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는 자신의 삶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너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본 뒤, 그의 삶을 평가하는 이 글을 다시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멀리서 보면 평범하고 가까이서 보면 절망으로 얼룩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면 그는 누구보다 삶을 지지하고 사랑한,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는 최고의 영웅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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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가벼운 코너를 하나 준비해 보았어요! 지금까지 책을 읽고 뉴스레터를 읽어보시며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 등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텐데요, 저희는 특히 등장인물들의 MBTI가 무엇일지도 궁금했습니다 🤓 그래서 솔잎이 직접 몇몇 인물들의 MBTI를 추측해 보았어요. 물론 인물들이 워낙 입체적이어서 특정 MBTI에 국한하기 어렵긴 하지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몇몇 인물들 -> 주요 인물들 로 수정하면 어떨까요
스토너 - INTP
스토너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고 높은 지적 호기심을 기반으로 학자로서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면이 있었어요.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나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있어 두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타인에게는 꽤 관대한 편이면서도 자기 객관화를 잘하기도 했죠.
이디스 - INFP
이디스가 사람들을 집으로 부르고 교류하는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수줍어하고 어색함을 느끼는 내향적인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눈물이 많고 감정적인 편이며 크게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편은 아니었어요. (다만, 공감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 조금 INFP로서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로맥스 - ISTJ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만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본인만의 기준과 원칙대로 행동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듯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로맥스는 분명 학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고 본인의 일을 충실히 하는 인물이기도 했어요.
캐서린 - ISFJ
캐서린의 인간관계가 그렇게 넓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책 내에서 명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웠어요.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며 스토너와의 사랑에서 헌신적이고 배려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동시에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면도 볼 수 있었는데, 일례로 캐서린은 스토너와의 이별을 직감하고 떠날 계획을 미리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레이스 - INFP
그레이스의 경우 생각하고 보니 어머니인 이디스와 동일한 유형이어서 신기했는데요, 이디스의 가정교육이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레이스도 다른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 스토너와 지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섬세한 도덕성을 타고났다는 표현이나 스토너의 말로에 함께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면 감성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알 수 있죠.
워커 - ENTP
워커는 스토너와 로맥스 사이 갈등의 원인이 된 인물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뛰어나고 실제로 말을 굉장히 잘하고 토론에도 능한 편이었어요. 다만, 해야 할 일의 기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등 작품에서는 부정적인 모습들이 조금 더 부각되었습니다.
핀치 - ESFJ
핀치는 ESFJ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교성과 리더십이 뛰어나 대학 내에서도 그런 자리를 맡기도 했었죠.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갈등을 중재하고자 노력하기도 했는데요, 스토너와 로맥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약간 마무리 문장으로 혹시 다른 의견 있으면 메일 보내거나 하단 링크로 의견 달라고 해도 좋을 듯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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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스토너의 인생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돌이켜보면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는 사랑과 행복을 거의 누리지 못했어요. 우리는 모두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으로부터 얻는 긍정적인 감정인 매우 중요하기에 그의 삶이 비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스토너와 같은 삶이 최고의 삶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스토너는 "지금 나는 나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져준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하단에 의견 남기기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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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까지 설문에 참여해주셔야 커피 기프티콘이 지급됩니다. 프롤로그 콘텐츠, 에필로그 콘텐츠 총 2회 설문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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